신용회복경험담
무너진 가장의 자존심, 다시 일어서다
- 최고관리자 오래 전 2025.08.0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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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했던 내 일상
나는 올해 46세, 지방 시청에서 일하는 평범한 공무원이다. 아내와 고등학생인 두 자녀를 둔 가장으로, 늘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매달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급여, 안정적인 직장, 별 탈 없는 가족. 누구보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줄 알았다.
주말이면 가족과 근교로 나들이도 가고, 아이들 성적에 따라 소소한 외식도 하던 시절. 돈 걱정 없이 사는 건 아니었지만, 내 월급 안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 손에 쥔 스마트폰 하나로, 그 모든 평범함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도박의 늪에 빠지다
처음엔 호기심이었다. 직장 동료들과의 소소한 내기에서 시작된 스포츠 도박. '소액이면 괜찮겠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1~2만원씩 베팅하던 게 점점 커지더니, 어느새 수십만원, 수백만원이 움직이고 있었다.
잦은 손실을 만회하려고 카지노 어플까지 손을 댔다. 밤새 몰래 핸드폰을 붙잡고 베팅을 반복하던 날들이 늘어났다.
두 달 만에 카드 대출로 1,000만원이 넘게 빠져나갔고, 이자라도 막아보려 대부업체 문을 두드렸다. 어느새 대부업체 3곳, 저축은행 1곳에서 빌린 돈이 6,500만원까지 불어났다.
거짓말을 반복했고, 아내 몰래 통장을 바꾸고 급여 일부를 현금으로 바꿔가며 숨기기 바빴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가정에서의 죄책감, 그리고 사라지지 않는 채무. 숨이 막혔다.
무너진 날, 결심한 회생
결정적인 계기는 아들이 우연히 내 핸드폰에서 도박 어플을 본 일이었다. 놀란 아내의 눈물, 아이의 침묵, 그리고 내가 자식들에게 남길 수치심이 나를 깨웠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아내에게 모든 것을 털어놨다. 아내는 충격 속에서도 조용히 말했다. “이제라도 멈춰줘. 애들만큼은 망치지 말자.”
한동안 고민하며 혼자 끙끙 앓았다. ‘공무원이 개인회생을 한다는 게 알려지면 어쩌지?’, ‘정말 이게 최선일까?’ 끊임없이 망설였다. 그러다 결국, 아내의 권유로 상담을 받았다. 첫 상담 날,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며 ‘내 인생이 정말 여기까지 왔구나’ 싶었다.
다시 서는 길, 개인회생
상담부터 법원 인가까지 약 4개월이 걸렸다. 나는 총 채무 6,500만원 중 약 3,200만원을 3년간 갚는 변제계획안을 제출했고, 월 변제금은 약 89만원으로 결정되었다.
매달 빠듯하지만, 더 이상 이자가 쌓이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숨이 트였다.
법원에 출석했을 땐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판사 앞에서 진술하며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진심이 통한 걸까, 무사히 인가 결정을 받을 수 있었다.
진행 중 가장 힘들었던 건 생활비 조절이었다. 외식은커녕 용돈도 거의 없고, 아이들 학원도 줄여야 했다.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묵묵히 함께해준 덕분에 조금씩 버텨낼 수 있었다.
다시 찾아온 희망
현재 개인회생 변제는 1년째 진행 중이다. 여전히 빠듯한 살림이지만, 매달 일정하게 갚으며 빚이 줄어드는 걸 보니 마음이 가벼워진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 변했다. 더 이상 현실을 회피하지 않는다. 가족과의 관계도 많이 회복됐다. 아내는 여전히 상처를 안고 있지만, 나를 믿고 지지해준다.
이젠 도박은 완전히 끊었다. 스마트폰에 있던 관련 어플은 전부 삭제했고, 상담 치료도 병행하며 건강한 생각을 되찾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단순하다. 남은 빚을 성실히 갚고, 아이들 대학 등록금을 위해 조금씩 저축하는 것. 그리고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혹시 나처럼 감당 못할 빚에 눌려 고통받는 분이 있다면, 제발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상담부터 받아보시길 바란다. 회생은 결코 끝이 아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였다.